2014년 4월 7일 부산지역의 경찰서에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경찰서 간 공조요청이었습니다. 충남 천안에 살고 있는 두 여성이 실종됐다고 하면서 부산에 있던 가족분이 경찰서로 신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실종 전날 광주로 간다는 실종자 가족의 진술을 토대로 광주 동부서에 동전가가 들어옵니다. 실종 여성들은 친 자매처럼 지낼 만큼 가까운 언니동생 사이였습니다. 2014년 3월 29일 광주에 도착 후 30일 밤부터 생활반응이 끊긴 상화이었습니다. 실종 여성 한 명은 친구와 통화를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근데 그 내용이 일단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여보세요, 나 지금 웬 저수지에 와 있는데 그 최 씨 있잖아 사업한다는 낚시 한다길래 따라왔는데 분위기가 너무 이상해 내가 아무도 몰래 잠깐 전화 건 거야, 나 지금 너무 무서워" 이게 마지막 통화였습니다. 그날 저수지에 갔던 사람은 실종여성 2명과 광주에 사는 최 씨 그리고 후배 2명 총 다섯 명이었습니다. 최 씨는 두 여성 중 한 명과 오래 알고 지내던 사이였습니다. 최 씨에게 빌려준 투자금을 회수하고자 만나게 된 것입니다. 금융거래내역을 본 결과 최 씨가 7천만 원을 받은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돈 문제가 얽혀있고 마지막으로 만난 인물이었습니다. 동기와 기회가 충분히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강력사건의 요건들 중 두 가지가 충족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임형 사는 최 씨에게 전화를 합니다. A 씨하고 B 씨하고 광주에 왔다가 연락이 안 된다 가족들이 난리가 났다. 혹시 시간 되면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통화를 하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만남을 시도한 뒤 직접 최 씨를 만났습니다. 본격적으로 탐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실종여성과는 친한 누나동생 사이로 오랜만에 광주에 왔다길래 맛있는 것도 먹고 놀러 간 거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날 실종 여성과 무엇을 했는지 최 씨에게 물어봤다고 합니다. 돌아온 최 씨의 대답은 곡성의 한 고깃집에서 저녁을 먹고 낚시하러 갔는데 막상 가보니 깜깜해서 장소가 마땅치가 않아 그냥 돌아왔다고 합니다. 밤 11시쯤 누나들이 광산 쪽에 약속이 있다고 해서 거기서 내려줬다고 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본 적이 없습니다. 실종자 친구의 진술과도 일치했습니다. 온 김에 일행들을 만날 수 있겠냐고 했더니 10분 만에 후배들이 도착했습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빨리 나타난 것입니다. 후배들에게도 그날 행적을 물어봤는데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시계를 보니 최 씨가 그날 낚시를 갔던 시간과 일치해 가서 확인을 해보자고 했습니다. 너희가 갔다는 저수지에 가보자고 했더니 알겠다고 했습니다. 임 형사는 예리한 촉이 발동됩니다. 김형사에게 전화가 왔는데 방송 저수지로 가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광주에서 근무하기 전에 곡성 경찰서에서 10년을 근무하다가 왔는데 거기는 농업용 저수지라서 낚시금지구역이다. 낚시터에 도착해 차에서 내렸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범행시간과 같은 시간대에 간 것이 신의 한 수였습니다. 너희들은 도대체 어떻게 간 거냐? 물었더니 휴대전화 손전등 불빛으로 갔다고 했습니다. 미끼는 어디서 샀냐? 거기 한번 가보자라고 했고 최 씨 일행은 당황한 기색이 엿보였습니다. 그랬더니 미끼는 자리 잡아놓고 사러 가려했어요라고 말합니다. 자정이 가까운 시골에 문을 연 곳이 없었습니다. 낚시 가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미끼를 제대로 물어버린 형사들은 실종자들의 휴대전화가 꺼진 위치를 파악하면서 또 다른 단서를 얻게 됩니다. 실종자 A 씨의 휴대전화가 꺼진 곳은 곡성군 석곡면 석곡리였고 실종자 B 씨의 휴대전화가 꺼진 곳은 곡성군 석곡면 봉전리였습니다. 방송저수지는 인근 지역이었습니다. 유력한 용의자를 최 씨 일당으로 보고 비밀리에 수사를 진행하기로 작전을 세웠습니다.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비밀리에 수사를 하는 것입니다. 먼저 당일 동선을 파악했습니다. 그날 실종여성들을 태우고 다닌 차는 장기렌트 차량이었습니다. 렌터카 업체에 확인한 결과 GPS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30일 저녁 8시경 곡성의 한 고깃집 앞에 차량이 머문 뒤 9시 이후 인근 저수지 열 군데를 방문합니다. 밤 11시에서 새벽 1시경 반구정 저수지에 정차합니다. 그리고 곡성 톨게이트를 지나서 광주로 진입해 광주 광산구에 어느 아파트에 정차를 합니다. 새벽 2시경 영산강을 가로지르는 무형대교 앞에 30분간 정차합니다. 새벽 5시 30분경 목포의 한 모텔로 들어갑니다. 다음날 오후 4시 40분 광주의 어느 세차장에서 발견됩니다.
방송 저수지와 반구정 저수지는 약 7km 떨어져 있습니다. 톨게이트를 나와 우회전을 하면 반구정 저수지 방향이고 좌회전을 하면 방송저수지 방향이었습니다. 형사들은 반구정 저수지를 범행 장소로 보고 수사를 했습니다. 두조로 나뉜 전담팀이 따로 움직였습니다. 임형사조는 반구정 저수지로 김형사조는 방송저수지조로 나뉘어서 움직였습니다. 증거를 찾기 위한 시간확보 전략이었습니다. 김형사가 최 씨 일당과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임형사조는 잠수부와 방범순찰대를 동원해 반구정 저수지를 샅샅이 수색했습니다. 수색결과 범행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물건이 발견됩니다. 피 묻은 장갑 그리고 머리카락이 붙어있었습니다. 바로 감정의뢰를 맡겨서 실종자 가족의 DNA를 대조해 봤습니다. 또한 GPS동선이 알려준 단서중 마지막 행선지 세차장에서 세제를 네 통을 구입합니다. 세 시간이 넘게 혼자 손 세차를 합니다. 렌터카를 감식하기 위해 최 씨에게 차를 넘겨받아야 했는데 묘수가 생각납니다. 연체료가 납부됐다는 걸 알고 렌터카 업체 사장을 설득해 자연스럽게 차를 반납하도록 유도했습니다. 다행히 트렁크 속 보조타이어 밑에 미세한 혈흔이 발견됐습니다. 4월 11일 새벽 감정을 맡기고 감식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야 했습니다. 김형사는 최 씨 일당을 불러내 목포로 내려갑니다. 최 씨 일당이 묵었던 모텔을 탐문했는데 이미 열흘이 지났지만 모텔사장은 그들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셋이 낚시를 다녀와서 이불에 흙이 묻었다면서 이불 한 채를 더 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했습니다. 최 씨 일단은 알리바이 조작 성공에 기고만장해 있었습니다. 혈흔의 감정 결과 모두 일치한다는 답변이 그날 밤에 나왔습니다. 직접증거 확보 후 시신을 찾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수사 상황이 뉴스로 보도된 것입니다. 엠바고(어떤 기사에 대하여 일정 시점까지 보도를 중지하겠다는 약속)를 신청했지만 이걸 어기고 방송이 나간 것입니다. 안면도를 가기로 약속을 했는데 만약 그들이 뉴스를 보고 도망을 갔다면 그동안의 수고가 허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최 씨는 나오지 않고 후배 두 명은 나왔습니다. 작전을 변경하고 둘을 분리시킵니다. 후배 정 씨는 경찰서에 남겨두고 다른 후배 한 씨를 차에 태워 반구정 저수지로 데리고 갔습니다. 저수지에 도착한 한 씨는 담배 한 개비를 요구합니다. 김형사는 자백 후에 담배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최 씨, 정 씨와 여성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는 사실까지 모두 털어놓게 됩니다. 시신은 가방에 담아서 영산강에 던졌다고 말했습니다. 영산강은 워낙 크고 수심이 깊어 수색이 어려운데 물고기 잡는 배에 달려있는 어군탐지기를 이용하기로 합니다. 물속의 물체를 탐지하는 장비입니다.
6시간 30분 만에 갯벌에 묻혀 있던 가방 하나가 발견됐습니다. 40분 후에 인근에서 또 다른 가방이 발견됩니다. 어군탐지기를 활용한 최초의 수색작전이었습니다. 시신을 담은 가방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도록 머리만 한 돌을 두 개씩 가방에 넣었습니다. 후배 2명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하고 정 씨도 범행을 인정했습니다. 형사들은 피의자 2명을 데리고 현장검증영상을 남겼습니다. 최 씨를 검거하기 위해 지인을 설득하고 광주 광산구에 당구장을 자주 찾는다는 정보를 얻게 됩니다. 4월 16일 저녁 6시경 폐업한 당구장에 숨어있는 최 씨를 검거합니다. 검거 이후 모든 범행을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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