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유관순 열사에 대한 이야기

2024.02.29 - [정보] - 3월 1일, 삼일절, 삼일운동

3월 1일, 삼일절, 삼일운동

 

어린 시절

1902년 12월 16일, 충청남도 목천군 이동면 지령리, 지금의 천안시 병천면 용두리에 살고 있던 가난한 소작농인 아버지 유중권과 어머니 이소제 사이에서 한 여자 아이가 태어납니다. 이 아이가 바로 유관순. 훗날, 독립운동에 불꽃이 되는 인물입니다. 유관순이 살던 고향은 철도가 만들어지기 전에 서울과 충남, 공주를 연결하는 교통로였기 때문에 개신교 선교사들이 집중적으로 선교활동을 하던 곳이었습니다. 때문에 할아버지의 유윤기와 숙부 유중무가 일찍이 신앙을 가지게 되고 이후 유관순의 집안 전체가 독실한 개신교 집안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1907년 8월, 일본이 억지로 만든 나라의 빚을 갚기 위해 국채보상운동 이 시작됩니다. 이들이 다니던 지령리 교회도 국채 보상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괘심하게 본 일본군은 교회에 불을 질러 완전히 태워 없애 버렸습니다. 하지만 유관순의 6촌 할아버지인 유민기의 도움으로 다시 지령리 교회를 세우게 됩니다. 3남 2녀 중 둘째였던 유관순도 이 시기쯤 지령리 교회를 다니게 됐고 개신교 신앙을 키워 가기 시작했습니다. 유관순은 교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찬송가를 배우고 한글을 공부하는 등 많은 배움을 얻었습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남다른 리더십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같은 마을에 살았던 유관순의 먼 조카 유제한은 어릴 적 유관순을 이렇게 기억합니다. "관순은 어려서부터 씩씩한 장난을 좋아하고 장난을 하면 반드시 우두머리가 되었다. 관순은 여자라기 보다 차라리 남자다운 기운이 있으므로 장난꾼이라는 별명을 들었다. 그리고 동정심이 많아서 언제든지 남을 도와주기를 좋아하여 심술궂게 싸우거나 부모의 말을 거슬러 근심을 끼치는 일은 도무지 없었다." 그러던 1910년 8월 29일 일제에 의해 대한제국의 국권이 상실되고 말았습니다. 유관순의 아버지유중권은 다시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 힘을 길러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교육이 최우선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1911년, 가진 재산을 모두 털어 흥호학교를 세우고 신학문을 가르치며 인재양성에 힘을 썼습니다. 유관순은 그런 아버지로부터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경성유학

1916년, 유관순은 공주 영명 여학교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령리 교회를 종종 찾아오던 미국인 감리교 선교사 사애리(앨리스 샤프)의 추천으로 경성에 있는 이화 학당을 장학금을 받으며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관순의 사촌 언니인 유예도가 이화 학당을 먼저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관순은 좀 더 쉽게 학교 생활에 적응했습니다. 당시 이화학당은 유치원, 보통과, 고등과, 대학과 이렇게 4단계로 나뉘어 있었는데 유관순은 한글과 산술을 이미 배웠기 때문에 보통과 3학년으로 편입하게 되었습니다. 관순의 밝고 다정한 모습에 친구들도 점점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저녁식사 시간에 관순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이상히 여긴 사감 선생님은 관순을 찾아가서 물어 보는데, 관순은 그냥 배가 아파서 그런 것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에도 계속해서 관순이 저녁 식사에 보이지 않자 선생님은 관순을 불러 왜 저녁을 먹지 않는지 다시 물었습니다. 그제야 관순은 선생님께 사실대로 말하게 되는데 같은 반 친구 하나가 식비를 못 내고 있어서 친구 대신 한 끼 굶기로 했다는 거였습니다. 관순은 그렇게 친구를 위해 희생할 줄 아는 다정한 아이였습니다. 그녀가 또 하나 즐기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독서, 유관순은 손에 잡히는 대로 아주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그중에서 특별히 관순에게 큰 영향을 준 책이 한 권 있었습니다. 1907년 출간된 애국부인 전, 백년전쟁 당시 프랑스의 애국소녀 잔다르크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겨우 5살 때 나라를 위해 한 몸 바치겠다고 결단한 뒤 프랑스가 위기에 처하자 갑옷과 투구를 입고 전쟁터에 뛰어들어 승리를 이끌어 낸 구국 소녀, 하지만 마녀사냥으로 결국 화형 당한 잔다르크, 관순은 잔다르크의 이야기를 읽고 는 혼자만 알고 있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친구들을 모아 놓고 잔다르크의 이야기를 들려주기까지 했습니다. 그때 그 이야기를 들었던 친구들 중에 유관순과 기숙사 같은 방을 쓰던 친구도 있었으니 훗날 이화여고 교장까지 하게 되는 서명학이었습니다. 명학은 관순이 잔다르크의 책을 읽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훗날 잔다르크처럼 빼앗긴 나라를 구하는 소녀가 되라는 의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관순은 시간이 날 때마다 기도실에 가서는 잔 다르크처럼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 되게 해 달라는 간절한 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3·1 만세운동

1918년 3월, 관순은 이화학당 고등과 1학년으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학기 중에는 이화 학당에서 열심히 공부를 했고 방학이 되면 고향으로 내려가 오빠 관옥과 함께 동네 아이들을 모아 놓고 공부를 가르쳤습니다. 그러던 1919년 1월 21일, 관순은 고종황제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런데 고종은 다름 아닌 일본인들에게 독살당한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아직도 고종의 사망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고종은 궁녀들이 가져온 식혜를 마신지 30분 만에 심한 경련을 일으키더니 목숨을 잃었으며, 고종이 승하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식혜를 올린 궁녀 2명이 모두 사망하게 됩니다. 어쨌든 고종이 독살당했다는 소문이 이화 학당 기숙사에 까지 다다르자 학생들은 울분을 토하며 통곡했습니다. 관순 역시 일본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했고 나라를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한편 1918년 11월, 제1차 세계 대전이 끝이 나면서 미국 우드로 윌슨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가 세계 곳곳에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이 소식을 접하게 된 일본 도쿄에 있던 유학생들은 큰 결단을 합니다. 1919년 2월 8일, 와세다 대학, 게이오 대학 

등 유학생 400여명이 도쿄의 시내 한복판에서 독립선언을 하는 등 치열한 독립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2·8 독립선언입니다. 국내에서는 손 병희, 이승훈 등 민족대표 33인을 중심으로 독립만세 운동이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1919년 3월 1일 오후 2시, 태화관에 모인 민족 대표 33인은 독립선언식을 가졌고 탑골 공원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기미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뒤 태극기를 들고 대한 독립만세를 외치며 시가행진을 시작했습니다. 그 소리를 들은 이화 학당의 학생들도 동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화 학당의 교장이던 프라이 선생은 학생들이 위험에 처하게 될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교문 앞을 막아 섰습니다. 하지만 유관순, 서명학 등 몇몇 친구들은 학교 뒷담을 넘어 학교 밖으로 나와서 행렬에 합류하여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습니다. 만세 시위는 서울뿐 아니라 평양, 진남포, 안주, 선천, 의주, 원산에서도 함께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어 갖고 3월 1일부터 14일까지 2주 동안만 해도 전국적으로  276차례의 만세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1919년 3월 5일, 유관순은 남대문역(현 서울역)에서 열린 학생들만의 가두시위에 참가했는데, 때문에 경무총감부에 끌려갔다가 외국인 선교사의 도움으로 풀려나기도 했습니다. 결국 1919년 3월 10일, 총독부는 전국적으로 휴교령을 내려 버렸습니다. 그렇게 유관순은 사촌언니 예도와 함께 고향으로 다시 내려오게 됩니다.

아우네 장터 만세운동

전국적으로 만세 운동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관순의 고향인 천안지역은 아직 조용한 상태였습니다. 관순은 사촌언니 예도와 함께 이곳에서도 만세운동을 일으키기로 결심하고는 아버지 유중권의 도움을 받아 마을 어른들과 함께 만세 운동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서울에서는 양력 3월 1일의 만세를 불렀으니 천안에서는 음력 3월 1일(양력 4월 1일)에 아우내 장날을 기점으로 만세를 부르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이후 관순과 예도는 직접 여러 마을을 찾아다니며 만세운동에 참여할 것을 부탁했습니다. 유관순의 오빠 유관옥은 공주 방면의 마을을 담당했습니다. 그렇게 낮시간은 만세 운동 참여를 독려하는데 사용하고 한밤중에 피곤한 몸으로 집에 돌아온 유관순. 하지만, 그녀는 밤을 새워가며 태극기를 만들었습니다. 1919년 3월 31일, 관순은 만세운동을 확인하기 위한 마지막 신호를 거사 전날 밤, 봉화를 통해 각 마을로 보내기로 약속했었습니다. 그래서 관순은 한밤중에 매봉산 꼭대기에 올라 횃불을 들어 올렸습니다. 그런데 하나, 둘, 씩 불꽃이 비추기 시작하더니 무려 스물네 개의 횃불이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1919년 4월 1일, 아우내 장터는 장날이었기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장사꾼들로 인해 시끌벅적했습니다. 그리고 그 틈에서 요리조리 돌아다니고 있는 무리 바로 관 순과 친구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밤새 만든 태극기를 사람들에게 몰래 나눠줬고 사람들은 얼른 옷소매나 품속에 숨겼습니다. 그렇게 모두가 아무런 기색도 하지 않고 때를 기다렸습니다. 오후 1시, 유관순은 미리 준비해 둔 쌀 가마니 위에 올라가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선언식을 진행했습니다. 곧이어 장터에 모인 사람들은 일제히 품속에 감췄던 태극기를 꺼내 힘들며 대한 독립만세를 외치기 시작했고 곧 행렬로 이어졌습니다. 일제헌병 대장 고야마는 시위대를 저지하기 위해 결국 발포를 명령했습니다. 일제 헌병들이 쏜 총탄에 관순의 아버지 유중권과 어머니 이소제도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이날 일제의 무자비한 총칼에 살해당한 사람만 30여 명, 부상자는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관군은 만세 시위 주동자로 체포되어 공주 검사국으로 이송되었습니다. 이때 관순의 나이는 만 17세였습니다.

마지막까지 만세운동

1919년 5월 9일, 유관순은 공주 지방 법원에서 징역 5년을 언도 받고 경성 복심 법원으로 넘겨졌습니다. 당시 관순은 재판 도중 일제는 자신들을 재판할 권리가 없다고 항의하다가 관순이 재판장에서 걸상을 집어던지는 상황이 발생했고 결국 법정 모독죄가 가중되어 중형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1919년 6월 30일, 경성 복심 법원에서는 관순의 형이 과중하다고 판단하여 징역 3년형을 선고하게 됩니다. 관순은 일제의 재판권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며 상고를 포기해 버렸습니다. 이후 서대문 형무소로 보내져 복역을 하게 됩니다. 서대문 형무소 8호 방, 원래 수용 인원은 5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방이었지만 무려 35명이 그곳에 수용되어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개성 만세운동을 이끌어냈던 어윤희와 신관빈, 수원 만세운동을 주도한 김향화 등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1920년 2월, 유관순은 함께 복역하던 이신애, 어윤희, 박인덕 등과 함께 삼일운동 1주년을 기념하며 옥중 만세운동을 계획합니다. 살벌한 감시로 인해 투옥 중인 사람들에게 이 계획을 알리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당시 독립운동가이자 전도사인 어윤희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한 죄수가 밥을 다루는 담당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죄수는 이 감방 저 감방을 다니며 배식과 함께 계획이 적힌 쪽지를 전달했고 덕분에 은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계획은 이러했습니다. 시일은 3월 1일, 사무실 괘종이 두 번째 울리는 것을 신호로 할 것이며 조사를 받을 경우 만세주동자는 어떤 일이 있어도 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할 것이며 우리나라 독립이 관철되도록 끝까지 싸우자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1920년 3월 1일, 옥중에 있던 독립운동가들 뿐 아니라 죄수들까지 합세하여 3000여 명의 수감자들이 크게 호응하며 만세를 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만세 소리는 서대문형무소를 넘어 거리까지 퍼져나갔고 형무소 주위로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전차 통행이 마비되고, 경찰 기마대가 출동하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옥중에서 펼쳐진 만세 운동은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일로 인해 옥중에 있던 유관순과 많은 애국지사들은 심한 매질과 고문을 당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관순은 굴하지 않고 밤낮으로 만세를 불렀습니다. 일제는 더욱 잔인한 방법으로 관순에게 고문을 가했습니다. 유관순은 옥중에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내 손톱이 빠져나가고 내 귀와 코가 잘리고, 내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사 오나, 나라를 잃어버린 그 고통 많은 견딜 수 없습니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입니다." 1920년 3월 28일, 영친왕이 일본의 왕녀 방자 여사와 결혼을 하게 되면서 이를 기념하여 형기를 절반으로 줄여주는 특사가 있었습니다. 관순의 출옥일은 1920년 9월 30일, 그런데 출옥 이틀 전인 1920년 9월 28일, 19살에 유관순은 차가운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정확한 사망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자궁과 방광 파열로 인한 사망 혹은 구타와 영양 실조 등의 부작용으로 인한 갑상선 기능저하증의 이유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틀 후, 관순의 모교인 이화학당에서는 사망 소식을 듣고 형무소 당국에 시신의 인도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일제는 참혹한 고문의 흔적이 남아있는 시신을 비밀리에 처리하고자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이때 이화 학당의 학장 미스 월터선생은 시신을 내어 주지 않으면 미국에 알려 세계에 폭로하겠다며 강력하게 항의하였습니다. 그제야, 일제는 해외 언론에 알리지 말 것과 장례는 가급적 조용히 치른다는 조건을 붙여 시신을 내어줬습니다. 그렇게 유관순은 정동교회에서 김종우 목사의 주례로 장례식을 치른 후, 이태원 공동묘지로 옮겨져 안장됩니다. 유관순이 순국한 지 25년 뒤인 1945년 광복을 맞이했고 1947년 유관순 열사 기념사업회가 결성되어 1951년 순국 의열사 심사위원회에서 순국의열사로 선정,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 되었습니다. 열아홉 어린 나이, 조국을 위해 독립만세를 외치며 모든 고난을 이겨낸 유관순 열사의 거룩한 정신은 지금도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